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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암 완치 기록 - 평활근육종

by aloveu 2024.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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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허벅지에 자꾸 멍울 같은 게 만져졌었다. 

처음에는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어서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가끔 만지면서 일을 할 때도 있었다.

몇 달 되지 않아 허벅지에 검지 손톱만 해진 걸 느끼고 집 주위 병원을 찾아갔었을 때만 해도 가벼운 표피낭종일 꺼라면서 제거 수술만 받았었다.

 

| 암 발견

의사 선생님께서 그래도 종양이 조금 크니깐 검사나 해보자면서 암검사를 했던 게 악성종양일 줄은 몰랐고...

큰 병원 간다고 하니 내 종양을 유리 슬라이스?! 에 담아진 것과 영상 CD와 관련 기록들을 알아서 챙겨주기도 해서 세브란스를 갔을 때 두 번 세 번 왔다 갔다 하지 않았다.

신촌세브란스에 예약을 잡고 여튼 자료를 챙겨 가서 암검사를 다시 실시했다. 그때가 2017년 연말 내 나이가 35였다. 

 

역시 암이 맞았고 평활근육종이라고 불렀다. 3월에 급히 암 수술 일정을 잡았다.

사실 암이랬는데 세상이 무너질 거 같진 않고 그저 덤덤했다. 다만 어린 아들과 와이프가 걱정 됐을 뿐...

그래도 운이 좋게 거의 전이도 없고 초기에 발견됐었던 터라 항암치료 같은 건 받지 않아도 됐다.

 

| 산정특례 제도

고맙게도 국가에서는 고액의 치료비가 발생한 중증환자에게 본인 부담금을 면제 또는 감면해 주는 제도를 시행한다.

나는 발견하자마자 집 앞 병원에서 산정특례를 알아서 신청하게 해 줬다. 

수술비도 수천만 원이지만 산정특례 때문에 입원비 합쳐서 100만 원이 살짝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CT, MRI를 찍어도 확실히 5천 원 안으로 병원비를 냈던 거 보면 너무나 고마운 제도다.

 

| 암 수술

수술은 암이 발생한 지점부터 주변 5cm를 모두 도려 내는 것이었고, 동그란 종양 주변 5cm를 도려내서 다시 꿰매려면 타원형으로 길쭉하게 잘라야 해서 생각보다 많이 잘라냈다. 

종양은 손톱만 했는데 허벅지 근육을 그렇게 많이 잘라야 할지는 몰랐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해서 살이 붙지 않으면 다른 피부를 잘라서 덧대는 형식으로 할 수 있다고도 했었는데 난 거기까진 아니었다.

수술자국

 

수술 후 꽤 오래 있어야 하나 했는데 3일 만에 퇴원수속을 밟았다.

사실 이때 집 근처 병원에서 쉬면서 좀 몸조리를 했어야 했는데 나는 퇴원했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거의 바로 다시 출근을 했었고, 아니나 다를까 며칠 지나지 않아 열이 많이 올라 다시 첫 종양을 제거했었던 그 집 주위 병원을 가서 입원을 일주일 하게 되면서 강제 휴식을 하게 됐다.

많이 아문 사진

수술 부위에는 꿰맨 곳은 모두 아물었지만 피부와 안쪽 근육이 다 붙지 않아 약간 붕떠 있는 상태였다고 할까...

그래서 계속 고이는 게 있어서 집 앞 병원에서는 저 선을 연결해 빼줬었다. 

그것도 세브란스에서는 다 떼어버렸지만...

 

| 정기 검사

세브란스는 거의 1개월? 에 한 번씩 경과를 보러 방문을 했었고 그 이후엔 3개월 더 이후엔 6개월에 한 번씩만 방문해 폐 CT와 허벅지 MRI를 번갈아 가며 검사를 받았다. 

이 허벅지 근육종 전이가 폐로 잘 된다고 해서 폐 CT는 주기적으로 받았었다.

검사받고 교수님 면담하고 검사받고 교수님 면담하고 그렇게 면담할 때마다 재발했습니다.라고 말 나올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 관리

딱히 관리라고는 하지 않았고 스트레스만 좀 관리하려고 했다. 

그때는 코인 관련 회사를 다닐 때였는데 매일 야근이었고 야근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뭐 어쨌든 식단 관리라든지 운동이라든지 엄청난 관리를 하진 않았고 잘라낸 허벅지 근육은 다시 생성되지 않는다기에 있는 근육을 더 키워야 했다. 

계단 오르기, 스쾃 정도.

 

| 장애인 소득공제

암환자는 치료기간 5년 동안 장애인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실제 장애인이 된 건 아니고 그렇게 소득 감면을 해준다.

매년 초에 세브란스에 요청해서 장애인 소득공제 증명서를 받아서 제출했다.

200만 원 정도 공제가 돼서 그래서 상당히 도움이 많이 됐다.

 

| 완치 판정

그렇게 5년... 2023년 1월에 마지막 검사를 끝으로 더 이상 암이 발견되지 않아 완치판정을 받았고... 이제 수술자국만 남아 그건 아주 예전 일인 것 마냥 지내고 있다.

이제는 산정특례가 끝나서 수술부위를 만지면서 체크하고 회사에서 해주는 건강검진 때마다 따로 폐 CT를 추가해서 관찰만 하는 정도다.

수술 자국

 

사실 술도 조금씩 마신다. 예전처럼 엄청 마시진 않고 적당히 맥주 한두 잔정도로 먹긴 한다. 

스트레스가 더 위험하다는 핑계로... 알코올은 물론 안 먹는 게 당연히 좋다!

 

| 후유증

후유증이라고는 가끔 수술부위가 시리다는 것.

무릎을 잡아줬던 위쪽 허벅지 근육이 없다 보니 무릎에 부하가 많이 가서 왼쪽 무릎은 자주 아프다. 그래서 가끔 무릎 보호대를 하고 다닌다.

 

| 마무리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암에 걸렸을 때 평활근육종에 대해 어떻게 진행되는지 많이 검색해 봤는데 그 당시에 참고할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암중에서도 잘 걸리는 종류가 아니라고도 했었기도 했고...

온통 병원사이트에서 암 종류가 어떤 거라는 설명글들만 있었고 도움이 되진 않았다.

그래서 혹시나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해 기록으로 남긴다.

 

마지막으로 꼭 몸에 없던 멍울이 만져지면 바로 병원을 가시라! 고 당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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